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인수 초읽기… ‘1등 금융’ 눈앞

입력 2018-09-04 04:00
신한창립 행사장의 조용병 회장, 인수 협상에 대해선 함구
작년 KB금융에 ‘왕좌’ 내줘
신한, 오렌지라이프 인수 땐 자산 규모 KB금융 넘어서


금융그룹의 ‘1등 금융그룹 탈환’ 꿈이 무르익고 있다. 9개월간 공을 들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생명보험업계 5위인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여 ‘비(非)은행 분야’를 보강하고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5일 오렌지라이프 인수 안건을 다룰 임시 이사회를 연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부터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보유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신한금융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3000억원(주당 4만7400원, 4850만주)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은 신한금융의 창립기념식이 열린 날이자 ING생명이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바꾼 날이다. 금융권의 이목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입에 쏠렸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 조 회장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공식 발표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앞서 금융권에선 “ING생명 사명 교체 전에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돌았었다.

기념식에서 조 회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2020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2단 로켓’을 점화하자”며 ‘원 신한(One Shinhan)’ 비전만 밝혔다. 인수 협상에 대해선 함구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결과) 공시 전에 관련 발언을 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조 회장은 원론적 답변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1등 탈환’에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필요조건’이다. 신한금융은 9년간 차지했던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 내줬다. 올 상반기 순이익도 1조7960억원으로 KB금융(1조9150억원)에 뒤처졌다. 상반기 1836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아 ‘1위 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한다는 게 신한금융의 셈법이다.

‘약한 고리’인 생명보험 계열사도 강화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31조4300억원에 달한다. 생명보험업계 7위인 신한생명(29조8500억원)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하면 4위 NH농협생명(63조7600억원) 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 신한금융의 전체 자산 규모도 453조원에서 484조원으로 늘어나 KB금융(463조원)을 앞지르게 된다.

다만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에 인수된 뒤에도 한동안 사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분 59% 정도를 인수하기 때문에 신한생명과의 즉시 통합은 어렵다”면서 “생명보험 분야를 합칠지, 별도 운영할지는 우선 인수 협상이 잘 끝난 뒤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인수한 뒤 3년간 ‘듀얼 뱅크(2개 은행) 체제’를 유지했었다.

이번 인수전의 최대 관건은 이사회 문턱을 넘느냐다. KB금융은 2012년 ING생명 지분 100% 인수를 시도했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를 넘지 못했었다. 당시 인수 가격은 2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신한금융은 과거 KB금융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지분 59.15%를 사는 셈이다.

조 회장이 이사회를 설득하느냐에 인수전의 성패가 달린 상황이다.

오렌지라이프 노조와의 조율도 막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조 측은 7년간 고용안정 보장과 보상금 지급, 신한금융의 경영비전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