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혜리x‘안시성’ 설현, 예쁨 지우고 용맹한 여전사로

입력 2018-09-05 00:10
‘물괴’에서 용감한 소녀 명 역을 소화한 이혜리(왼쪽 사진)와 ‘안시성’에서 고구려 여군 백하를 연기한 김설현.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화려한 메이크업? 섹시한 의상? 무대 위 모습은 잠시 잊으시라. 화장기 없는 얼굴로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뛰고 구르고 활을 쏜다. 극 안에서는 오로지 캐릭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이들이다. ‘연기돌’을 넘어 어엿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이혜리(24)와 AOA 멤버 김설현(23)이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여러 지점이 겹친다. 올 추석 기대작으로 떠오른 대작 영화 두 편에 나란히 출연하게 됐다. 장르는 모두 사극. 이혜리는 오는 12일 개봉하는 ‘물괴’로, 김설현은 19일 개봉하는 ‘안시성’으로 관객을 만난다. 남자 배우 일색인 각 영화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선명하다. 특히 강인한 여성상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혜리는 ‘물괴’로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됐다. 2012년 ‘맛있는 인생’(SBS)으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매년 한 편 이상의 드라마를 선보여 왔다. 2015년 ‘응답하라 1988’(tvN)의 덕선 역으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기도 했다. 첫 영화를 내놓는 소감에 대해 이혜리는 “좋은 선배님들과 감독님, 스태프들과 함께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물괴’는 크리처(CG로 구현해낸 생명체) 액션 사극을 표방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괴생명체를 등장시키는 색다른 시도를 해낸 셈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짤막한 기록에서 출발한 영화는 상상력을 가미해 전체 스토리를 구성했다. 괴이한 짐승 물괴(物怪)의 출몰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 그를 막기 위해 나선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극 중 이혜리는 물괴를 추적하는 수색대 대장 윤겸(김명민)의 딸이자 빼어난 활 솜씨와 의술을 지닌 명 역을 맡았다. 첫 사극임에도 특유의 말투부터 격렬한 액션까지 무난히 소화해냈다. 호흡을 맞춘 김명민은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돼 있는 친구다. 뭐든 던져주면 스펀지처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더라”고 칭찬했다.

김설현 또한 ‘안시성’에서 여장군의 기개를 보여준다. 645년 벌어진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그는 양만춘(조인성) 장군의 동생이자 여군 부대의 수장 백하 역을 소화했다. 김광식 감독은 “고구려는 호전적인 시대였던 만큼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군사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거란 가정 하에 백하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설현은 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2013) ‘오렌지 마말레이드’(이상 KBS2·2015), 영화 ‘강남 1970’(2015) ‘살인자의 기억법’(2017) 등을 거치면서 점차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로서 성장세를 이어간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감정 연기를 잘해줬다”고 흡족해했다.

첫 사극에 도전한 김설현은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매 순간 긴장이 됐다”면서도 “선배님들과 함께여서 든든했다”고 얘기했다. 낯선 장르였음에도 선뜻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백화는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기꺼이 그 길을 가는 당찬 인물이란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