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사고현장 방수포 설치… 가산동 6가구 정도만 귀가
불안감에 여전히 집 못들어가… 노후화된 하수관 재정비 필요
지난달 31일 지반 침하가 일어난 서울 금천구 가산동 A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금천구가 ‘지반 안정이 확인됐으니 귀가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서다. 토목 전문가들은 최근 도심 곳곳에서 지반 함몰이 일어나는 요인으로 굴착공사와 지하수를 지목했다.
3일 금천구에 따르면 지반 침하 사고 이후 인근 호텔과 중학교 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A아파트 주민 76가구 가운데 이날까지 6가구 정도만 자택으로 돌아갔다. 나머지는 여전히 호텔 등에서 지내고 있다. 지반 침하 장소 바로 옆에서 오피스텔을 지으면서 사고 원인을 제공한 대우건설이 호텔 숙박비를 내주고 있다. 금천구는 전날 저녁 “지반의 안정화가 확인돼 자택 입주가 가능하다”고 주민에게 설명했다.
이날 서울에는 시간당 20㎜의 비가 내렸다. 금천구는 빗물이 지반에 들어가지 않게 사고현장에 방수포, 양수기를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지반 침하를 막으려면 굴착공사 과정에서 유출되는 지하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굴착공사를 하면 지하수가 유출되므로 그 자리에 빈 공간이 생기게 돼 지반 함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하수가 빠진 지반에 균열이 생겼을 때 시멘트 메우기나 방수포 같은 예방조치를 하지 않으면 빗물이 들어가 한 번에 붕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같은 대도시는 중요 구조물이 많기 때문에 굴착공사 중 유출되는 지하수를 막는 차수작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은 지반 침하 위험이 더 커진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비가 지하수와 함께 더 많은 양의 흙을 쓸고 가버리므로 지반 함몰 위험이 더 커진다”며 “공사장에서 흙탕물이 발견되면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살펴보고 가능한 한 작은 양이 나올 수 있는 공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천 주변이나 흙으로만 구성된 지반에서 굴착공사를 할 경우 더 주의해야 한다.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이 빠져나가 흙 입자가 훨씬 잘 유실되기 때문에 차수작업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와 지반 대부분이 흙인 여의도, 강이 인접한 용산 일대에서 지반 함몰이 발생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반 함몰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개발사업 허가 단계에서 지형, 입지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사전재해 영향성 검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지하수 유출 문제를 막기 위한 하수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도심의 지반 함몰은 대부분 노후화된 하수관에서 균열이 생기고 비까지 오면서 하수관 위 토사가 유출돼 발생하는 것”이라며 “낡은 하수관로를 교체하거나 하수관 용량 자체를 키우면 물이 유출되지 않고 잘 흐르게 돼 지반 함몰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조효석 기자 smarty@kmib.co.kr
“가산동 아파트 굴착공사·지하수로 지반함몰 위험 커져”
입력 2018-09-03 18:42 수정 2018-09-03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