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와 사무실로 가득한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지난달 27일 오후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 2층으로 청소년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방과 후 미술과 요리, 음악 등을 배우고 숙제도 도움받기 위해서다.
구세군대구지역아동센터(대표 박종환 사관)는 도심 공동화현상으로 맞벌이 부부와 조손 가정이 많은 이 지역에서 방과 후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는 책과 악기들이 놓여 있어 청소년들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박종환 사관이 센터에 들어서자 미술수업 중이던 청소년들이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림 참 잘 그렸죠” 하며 인사했다. 박 사관은 이들을 안아주며 칭찬으로 격려했다.
박 사관은 구세군대구제일교회에 3개월 전 부임하며 센터를 맡게 됐다. 부임 전 여러 목회자로부터 ‘교회에서 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센터 아동들에게 전도할 수도 없으며 목회에 전념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어온 터였다. 장년 성도 40명의 작은 교회이기에 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월세와 자재비를 감당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걱정도 염려도 모두 기우였다. 통학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때마다 착하고 귀여운 표정으로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깊은 정이 들었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라는 확신으로 요즘에는 센터에 부족한 일손도 직접 메우고 있다. 성도들은 시키지 않아도 큰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 돕는 일에 임했다.
과거 교회 성도의 영유아 자녀들을 하나둘씩 보살피던 교회는 2005년 정부에 정식 등록 과정을 밟고 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등록된 청소년은 22명이다. 맞벌이 가정부터 다문화·조손·저소득층 가정까지 다양한 가정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자녀들을 맡기고 있다. 방과 후 학교 운동장이나 집 근처 피시방을 전전하며 숙제도 안 하던 청소년들은 보살핌을 받자 변화하기 시작했다.
직접 전도하지는 않지만 청소년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매 순간 느끼게 된다. 13년째 청소년들을 어머니처럼 돌본 배선숙(46) 원장은 최근 한 아이가 손가락을 다쳐 뼈에 금이 가자 교회에 혼자 남아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 작은 사랑이 전해지면서 청소년들은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도 익숙하게 됐다. 12월이면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에 나서 봉사의 기쁨도 알게 된다.
지역사회에서도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있다. 가족여행을 후원하는 은행, 생일 케이크 등 간식을 지원하는 백화점, 급식 봉사를 하는 아파트 부녀회, 외식을 지원하는 병원 등 이웃의 정이 이어졌다. 이웃과 선생님의 사랑 속에 청소년들은 건강하게 성장한다. 배 원장은 “코흘리개였던 꼬마들이 아동센터를 거쳐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며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는 좋은 환경과 교육으로 이들을 길러내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하나님 사랑으로 청소년 방과 후 교육 책임진다
입력 2018-09-0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