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비상사태 선포… 수도 트리폴리서 교전·400여명 탈옥 사태

입력 2018-09-03 18:32
지난 해 9월 리비아 트리폴리의 정부군과 연계된 민간수색대가 빌딩 벽에 구멍을 뚫고 무슬림 극단주의자들과 대치하고 있는 장면. 이탈리아 정부는 9일(현지시간) 리비아가 2년간에 걸친 혼란을 극복하고 있다며 폐쇄했던 트리폴리의 대사관을 다시 연다고 발표했다. AP뉴시스

리비아에서 최근 무장 세력 간 교전이 벌어져 지금까지 140여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혼란을 틈타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전 국가수반을 지지하던 수감자 수백명이 교도소를 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P통신과 BBC방송 등은 지난 주말부터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안팎에서 교전이 벌어져 39명이 숨지고 96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현지시간)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망자 중 18명이 어린이 등 민간인이었다고 밝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리비아 통합정부(GNA)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교전 도중 트리폴리 남동부에 위치한 아인 자라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벌어져 죄수 400여명이 탈옥했다. 이곳 수감자들은 대부분 카다피 정권 말기에 정부군 측에 가담해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이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죄수들은 문을 강제로 열고 탈출했으며 간수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제지하지 못했다.

이밖에 트리폴리 시내 타웨르가 피난민 캠프는 로켓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타웨르가 캠프는 카다피 정권 측에 가담했다가 카다피 처형 이후 보복을 피해 원래 거주지를 떠난 사람들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리비아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 인근 호텔에도 로켓이 떨어져 부상자 2명이 나왔다.

이번 유혈사태는 트리폴리 남부를 장악한 세력이 GNA 측 민병대를 공격하면서 빚어졌다. GNA는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유엔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도 폭력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무장 세력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5년 유엔 주도로 국제 공인 정부인 GNA가 수립됐지만 무장 세력들은 아직도 리비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상황이다. 이들 중에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국가(IS)’도 포함돼 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