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년차 구축아파트 값, 신축보다 상승폭 커… 투기지역 내 ‘갭 메우기’ 뚜렷

입력 2018-09-04 04:04

지방은 더 떨어졌지만 전국 한달새 0.02% 올라

전국 주택가격이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에 힘입어 덩달아 뛰고 있다. 지방 부동산 불경기는 여전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영향으로 7월 하락세에서 8월 상승세로 반전됐다.

3일 한국감정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2% 상승했다. 지방(-0.13%→-0.17%)은 더 떨어졌지만 수도권(0.11%→0.24%)과 서울(0.32%→0.63%)의 상승폭이 확대돼 상승 반전했다.

서울 주택시장은 각종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개발 호재가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강북·강남 가릴 것 없이 전월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용산(1.27%) 마포(1.17%) 영등포(1.14%) 등 통합개발 수혜지로 주목받은 지역들이 크게 올랐고 그간 낙폭이 컸던 강남(0.66%) 송파(0.61%) 등도 회복세를 보였다. 경기지역 역시 교통 및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지역이 선전하면서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됐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광주 대구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일부 상승했지만 전체적 하락폭이 커져 양극화 경향이 확연했다. 지역경기 침체 및 신규공급 증가 영향으로 해석된다.

투기지역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도 눈길을 끈다. 입주 11∼15년차 ‘구축’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5년 이내 ‘신축’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투기지역 내 아파트값 격차를 좁히기 위한 ‘갭 메우기’ 현상이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국토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의 입주 11∼15년차 아파트는 올해 평균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4.8%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5년 이내 새 아파트(10.9%)보다 상승폭이 크다. 특히 지난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11개 지역 구축 아파트가 크게 올라 지난해보다 21.2% 상승한 평균 7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정부가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 규제 강화로 진화에 나섰지만 ‘투기지역=수요가 높은 곳’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되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규제 지역 내에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낮은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구축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집값 조정이 단기에 그치자 관망세를 유지했던 매수 대기수요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단기 가격 급등으로 인한 거품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