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文 정부에 각 세운 손학규

입력 2018-09-03 18:21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왼쪽)가 3일 국회의장실을 인사차 방문해 문희상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 의장이 “요새 올드보이가 귀환한다더니 패잔병들이 다 귀환한다”고 농담하자 손 대표는 “올드보이가 아니고 골드보이라고 한다”고 되받았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문재인정부에 바짝 각을 세우며 존재감 부각시키기에 나섰다.

손 대표는 3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축하 전화를 걸어 남북 관계와 경제, 소상공인 문제에서 협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분가량의 통화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에 앞서 손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에 일방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다”면서 문 대통령의 협치 요구를 비판했다. 그는 “협치는 당대표들 간의 이야기가 아니고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협치라는 게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과정인데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 뭘 주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청와대가 아닌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패권정치를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치를 만드는 게 촛불정신인데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걸 쥐고 있다”며 “의장께서 앞으로 개헌을 잘 주도해 주시고 개헌 전에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민주평화당까지 포함한 중도·비문(비문재인) 세력을 규합한 뒤 나중에 한국당과 중도·보수 통합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앵무새’로, 한국당은 ‘반대만 하는 정당’으로 규정하며 두 거대 정당과도 경쟁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