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개혁안을 내놨다가 국민적 반발에 직면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성에 한해 수령 연령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셈이지만 반대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10여개 도시에서 제1야당인 공산당이 주도한 연금개혁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시위 통계를 내는 비정부기구 ‘화이트 카운터(White Counter)’는 이날 모스크바 대통령궁인 크렘린궁 주변에만 시위대 9000여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러 정부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 개막된 지난 6월 14일 연금개혁안을 기습 발표했다. 2019년부터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1930년대에 정한 현재 정년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 정부 재정운용에 부담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러 정부는 지난달 29일 여성의 정년 및 연금 수급 연령을 63세에서 60세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개혁안에서 한발 양보했지만 시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연금 수령 연령까지 살 수 없는 사람이 많을 거라며 반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의 기대수명은 77세지만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우리는 통합러시아당(푸틴 소속 집권당)을 믿지 않는다’ ‘연금 수령 때까지 살고 싶다' ‘연금개혁 안 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푸틴 연금개혁 한발 물러섰지만 약발 없어
입력 2018-09-03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