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진보 진영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여전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었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라 난항이 예상된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걸림돌이다.
정부가 31일 내놓은 데이터 규제 혁신안은 기업이 분석 자료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의 활용 전제조건을 법제화해 익명 정보는 개인 정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기업은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등을 삭제해 누군지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가명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법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진보 야당과 시민단체들부터 강하게 반발하며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개인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면 개인정보 보호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도 “분산돼 있는 개인정보 관련 법제 정비, 감독기구 일원화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는 ‘외양간 고치자고 소를 먼저 버리겠다’는 무분별한 조치”라며 반대했다.
정부가 앞서 내놨던 규제 혁신안들이 국회 문턱에 걸려 있는 상황도 ‘불투명한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투자를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조차 여당 내부 의견차이로 지난달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과 한층 밀접한 개인정보 관련법의 국회 통과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 완화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비롯해 온라인 오픈마켓·포털사이트 개인정보 해킹 사건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 완화 ‘산 너머 산’
입력 2018-09-02 18:58 수정 2018-09-02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