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드라마… 고맙다, 대한의 아들·딸들아

입력 2018-09-03 04:04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마크를 단 많은 별들이 국민에게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을 안겼다. 레슬링의 조효철은 부상 투혼으로 금메달을 따 감동을 선사했고 나아름은 한국 사이클 4관왕의 신기원을 이뤄냈다. 과거 남자 체조 스타 여홍철의 딸 여서정은 32년 만의 여자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결승전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운 박상영은 아쉽게 패했고 유도 안창림은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무르며 눈물을 쏟아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뉴시스

레슬링 노장 조효철 ‘붕대 투혼’ 나아름, 한국 사이클 새 역사
여홍철 딸 여서정, 체조 ‘父女 금’ 펜싱 박상영, 부상에도 포기 안해
유도 안창림, 석연찮은 판정 분루… 남자야구, 선발 혜택 논란 속 금


2일 대장정을 마무리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숱한 화제의 순간을 남겼다. 눈물과 환희가 뒤섞인 승리의 순간도 있었고, 아쉬움에 고개를 떨군 순간도 있었다.

레슬링에선 32세 늦깎이 무명 스타가 ‘붕대투혼’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에 출전한 조효철은 눈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지난달 22일 결승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삼은 그는 가족 앞에서 생애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조효철은 경기 후 “마지막 남은 1분이 1시간 같았다”며 “버티기 힘들었는데 가족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밝혔다.

나아름은 한국 사이클의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여자 개인도로, 도로독주, 여자 단체추발, 여자 매디슨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최다 관왕이자 사이클 첫 아시안게임 4관왕이다. 여서정은 32년 만의 여자체조 금메달리스트, 아버지(여홍철)에 이은 첫 부녀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김서영과 정혜림이 각각 수영과 육상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따 2개 대회 연속 ‘노 골드’의 수모를 면하게 했다. 김서영은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일본 선수를 누르고 이 종목에서 32년 만에 금메달을 캐냈다. 여자 허들 100m 정혜림 역시 아시안게임 세 번째 도전 끝에 환하게 웃으며 결승선을 통과해 ‘허들 공주’에서 ‘허들 여제’로 거듭났다.

반면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다.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 오른 박상영은 부상으로 움직이기 힘든 다리를 겨우 부여잡으며 경기를 펼쳤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기적을 만든 그는 통증으로 경기를 여러 번 중단시켰지만 승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때 12-13까지 따라붙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는 경기 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아팠다”고 말했다.

유도에선 재일교포 3세 안창림이 결승에서 일본 선수에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도 혼성 8강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규정 적용을 둘러싼 잡음으로 한국 선수들이 경기 후 한동안 매트를 떠나지 못했다.

대회 전부터 오지환 등 일부 선수의 자질 문제가 불거진 야구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따 9명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대만전에 패하며 비판이 가중되기도 했으나 유일하게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