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여름캠핑장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한 ‘갑질’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위탁운영을 맡은 민간업체가 불공정 근로조건이 들어 있는 계약서를 작성했고, CCTV로 감시하거나 욕설을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아르바이트생들은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30일 확보한 한강여름캠핑장 근로계약서에는 ‘10분 이상 지각하면 무단결근으로 간주하고 해당 금액을 삭감’ ‘불친절로 민원 발생 시 손해배상’ ‘근무태만 시 즉시 계약 해지’ ‘개인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발생 시 갑(관리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르바이트생 중 9명은 근로계약서도 문제지만 관리자 측의 강압적인 태도를 견딜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모(21·여)씨는 “첫날부터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였고, 욕을 많이 했다”며 “일이 없다고 출근한 사람을 돌려보내거나 퇴근 직전 해고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 A씨는 “‘손님이 없을 때 쉬는 것도 휴게시간’이라며 근무지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CCTV로 보고 있다고 강조하며 ‘왜 일을 안 하느냐’고 수시로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업체 측이 취업 이후 임금 지불일을 바꾼 새 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제대로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B씨는 “매일 출퇴근을 기록하고 서명했던 서류 앞장에 새로 바뀐 계약서가 붙어 있었다”며 “몇 주가 지나서야 그게 계약서인 줄 알았다”고 했다. 김씨를 포함한 30여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원래 지급받기로 했던 날짜에 임금을 받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다. 김씨는 “퇴사 후 한 달 넘게 돈을 못 받은 친구도 있다”고 했다.
관리자가 지인을 데리고 온 뒤 아르바이트생을 심부름꾼처럼 부렸다는 주장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이모(23)씨는 “텐트, 테이블, 고기 준비해놔’ 이런 식으로 명령했다. 라면까지 끓여 갖다 줬다”고 말했다. 한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취해서 욕설을 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 성추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여름캠핑장은 현재 민간 업체인 H사가 입찰을 따내 맡고 있다. 현장책임자 C씨는 임금 지급 지연에 대해 “아르바이트생들이 100명이 넘고, 금방 그만둔 근무자들이 많아 출근기록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다 보니 정산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 작성한 계약서가 지난해 내용이라 새 계약서를 만들었다”며 “임금 부분에 대해 미리 충분하게 설명을 했고, 일부러 계약서도 상시 볼 수 있게 출근기록부와 함께 둔건데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현장책임자 D씨는 “책임감 없이 그만두거나 근무 태도가 불량한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많아 계약서에 경고성 조항을 넣은 것”이라며 “실제 계약서대로 적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돈을 내고 캠핑장을 이용한 적은 있지만 업무 외 심부름을 시키거나 ‘준비해 놔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시 측은 “캠핑장 운영사 계약서에 부당한 조항이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노동청 등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단독] 폭염보다 가혹했던 한강캠핑장의 ‘갑질’
입력 2018-08-3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