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부처 문책성 개각, 개혁색 더하고 여성 중용

입력 2018-08-31 04:00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체 장관 18명 중 5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정책 수행이 미진한 데 따른 문책과 함께 집권 2년차를 맞아 적폐청산 노선 대신 실무·개혁능력 강화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교육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임으로 유은혜(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부터 여가부 장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대입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에 걸쳐 국민적 불신을 사면서 유 후보자가 전격 발탁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경질되면서 후임으로 정경두(58)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지명됐다. 청와대는 국방개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한 업무 연속성과 군 장악 능력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규 산자부 장관과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하게 해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장관은 정책 존재감이 낮고, 업무 수행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는 책임총리 구현을 위해 헌법상 총리 권한인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백 장관 후임으로 성윤모(55) 특허청장이, 정 장관 후임에는 진선미(51) 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일자리 정책의 핵심인 고용부 장관도 교체됐다. 김영주 장관 후임으로 이재갑(60) 전 고용부 차관이 지명됐다. 김 장관은 개각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장관은 지난 1년여간 여러 정책을 수행하면서 스스로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2주 안에 1개 부처 장관을 추가로 교체할 예정이다. 지난달 이개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임명한 것을 포함하면 2기 내각 교체 폭은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또 60대 장관이 13명에서 10명으로 줄면서 평균 연령도 61.2세에서 59.7세로 젊어졌다.

추가 교체 대상은 환경부인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주·정현백 장관이 교체되고 유은혜·진선미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여성 장관은 5명으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차관급 인사 6명을 교체한 데 이어 이날 차관급 4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박근혜정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하다 사임한 이석수(55) 당시 특별감찰관이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방위사업청장에 왕정홍(60) 감사원 사무총장, 문화재청장에 정재숙(57) 중앙일보 기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양향자(51)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이 임명됐다.

김 대변인은 “심기일전과 국민 체감 정책이라는 키워드 아래 개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민생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전혀 없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는 참모진 교체가 없는 점을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개각이 ‘민생경제 쇼크’를 회피하는 국면 전환용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