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전기 통했다

입력 2018-09-03 04:04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들이다. 바로 친환경차 종류를 일컫는 말들이다.

한국은 올해로 ‘친환경차 10만대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친환경차 판매는 6만3876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승용차 판매 90만5157대 가운데 7.1%에 해당한다. 국내 승용차 판매 100대 중 7대가 친환경차였던 셈이다. 작지만 의미있는 숫자다.

우선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5년 전인 2013년 2.2%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6.4%까지 늘었다. 판매대수도 2013년 2만8807대에서 지난해 9만7813대로 급증했다. 7월에 이미 6만대를 돌파한 만큼 연간 판매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연간 10만대를 넘어선다는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에 이어 최근 BMW 연쇄 화재사고까지 발생하며 디젤차의 안전성과 환경문제가 부각돼 친환경차 시장은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쏘나타, 그랜저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향후 국내 디젤차 판매대수 및 비중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을 전후해 국내 친환경차 시장 비중이 10%까지 올라가는 것은 물론 20만대에 도달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친환경 모델은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다. 전기모터가 엔진의 보조동력으로 작동하는 HEV는 친환경차의 시작이었다. 이어 엔진도 사용하지만 전기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면 전기차 기능도 할 수 있는 PHEV가 등장했고, 전력으로만 100% 운행할 수 있는 EV가 양산됐다. 현대차는 올 3월 FCEV 넥쏘를 통해 차세대 친환경차를 선보였다.

친환경차의 종류별 판매 비중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97.5%를 차지했던 HEV 비중이 올 상반기 76.1%까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EV는 2.5%에서 22.1%로 크게 늘어났다. 도로 위를 달리는 친환경차 5대 중 1대가 EV인 셈이다. EV 구매 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EV 판매는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는 EV 구매 보조금 지원 규모를 올해 2만대에서 내년 3만3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EV 모델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올 상반기 등록대수 기준 1위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4559대)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한 번 충전 시 200㎞를 주행할 수 있다.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모델은 쉐보레 ‘볼트EV’(2798대)다. 쉐보레 관계자는 2일 “볼트EV는 400㎞ 이상 주행 가능한 EV로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모델”이라며 “400㎞ 주행이 가능한 EV 중에선 가장 좋은 판매 성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SM3 Z.E.’와 ‘트위지’ 2개 EV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다른 완성차와 달리 전기택시 보급에 앞장서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초소형 EV 트위지는 좁은 골목 주행이 쉽고 주차공간 절약 효과가 크다. 따라서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순찰, 공공업무 등에 활용하기 좋은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