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안이 서울시의 모든 현안을 압도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만난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부동산값을 올린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 때문에 시정의 손발이 묶이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주거지 재생사업 대상자 선정을 유보했다. 서울시는 각 구청에 대상지 선정 작업을 미루라고 공문을 보냈고, 예정됐던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지역 선정 관련 회의를 취소했다. 대상지 발표가 해당 지역 부동산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옥탑방 한 달 살이’ 직후 발표된 박원순 시장의 ‘강북 우선투자 전략’도 숨고르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강북지역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도 박 시장이 밝힌 경전철 재정사업 전환에 대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왔다.
여의도지역 재개발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부동산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박 시장이 여의도 개발 계획을 보류하긴 했지만 40년이 넘은, 안전진단 D등급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서울시장의 당연한 임무”라며 “특히 도시재생이나 균형발전, 서민우선 정책마저도 부동산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얘기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현재의 부동산값 폭등에 대한 원인 진단이 잘못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시와 박 시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발표한 여의도·용산 개발과 강북 우선투자 전략이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오해되면서 이 지역 부동산값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부동산 폭등의 주된 책임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과도한 유동성이나 낮은 보유세 등 진짜 중요한 원인들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는 9월 중순쯤 발표될 예정인 ‘서울시 민선 7기 마스터플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시가 2022년까지 일자리 6만여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바이오·ICT 첨단연구산업단지, 도심형 R&D 단지 등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어떤 대책 내놓아도 부동산값 자극할까봐…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강북 개발 주춤
입력 2018-08-30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