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호러’의 계절이다. 무더위가 찾아오면 극장은 물론이고 TV 채널에는 저마다 등줄기를 서늘하게 해줄 납량특집 방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가는 요즘 호러와 미스터리를 장르적으로 결합한 드라마와 예능이 줄줄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프로그램들이 미스터리와 호러가 어울려 상승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3일 첫 선을 보인 KBS 2TV의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는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호러맨틱 코미디’라는 이색적인 장르를 내걸었다. 배우 박시후와 송지효가 주연으로 나선 이 드라마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톱스타와 드라마 작가가 운명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린다. 미스터리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귀신과 악몽 등 호러적 요소를 이야기 곳곳에 배치하면서 4∼6%(닐슨코리아) 정도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같은 채널에서 5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이보다 호러적인 요소가 더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귀신을 잡는 탐정(최다니엘)과 열정적인 탐정 조수 정여울(박은빈)이 의문의 여인 선우혜(이지아)와 마주치며 기괴한 사건들 속으로 빠져드는 호러 스릴러물이다. 연출을 맡은 이재훈 PD는 “집 화장실에서 문을 열면 뭐가 나올 것만 같은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공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내세운 드라마도 방송을 준비 중이다. OCN에서 오는 12일 첫 선을 보이는 수목드라마 ‘손 the guest’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 범죄에 맞서는 영매와 사제, 형사가 악령 ‘손’을 뒤쫓는 내용을 그린다. 배우 김동욱과 김재욱, 정은채가 주연으로 나선 이 드라마는 ‘보이스’ 시즌1을 비롯해 특유의 어둡고 기이한 분위기의 장르물을 연출해 온 김홍선 PD가 연출을 맡았다.
호러와 미스터리적 요소를 부각한 예능도 있다. KBS 2TV에서 9일과 16일 2주간 방송할 예정인 ‘도시전설’은 한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실제 있었던 미스터리 사건을 풀어나가는 공포 미스터리 추리 예능이다. VR 콘텐츠를 바탕으로 가상의 고립된 현장에서 단서들을 찾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은 시청자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진 드라마평론가는 “호러 장르는 본래 영화관처럼 몰입에 특화된 환경에서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선호했던 장르 중 하나”라며 “하지만 몰입감을 더하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호러와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프로그램들이 장르 결합을 활발히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무더위 다 지나갔는데… 안방극장은 ‘호러’로 오싹
입력 2018-09-0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