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미국과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 복원 뒤 이란에서는 미국에 대한 강경파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메네이는 핵 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미국이 이란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을 언급하며 “지금 미국 정부는 공공연히 이란을 위협하는 뻔뻔하고 적대적인 자들”이라며 “이들과는 어떠한 수위의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핵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하메네이는 “핵 협정으로 국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면 이를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 발언은 이란이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5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 복원을 선언한 후 이란은 교역 축소, 물가 상승 같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경파는 서구와의 대화를 주장했던 온건파에 경제난의 책임을 돌렸다.
핵 협정을 주도했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28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의회에 불려나가 이란 경기침체의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강경파가 장악한 의회는 로하니 대통령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일부 의원은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했다. 다만 탄핵 결정권을 쥔 하메네이가 “탄핵은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며 로하니를 두둔하고 나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란 의회는 경제정책 실패를 이유로 노동장관과 경제장관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의회는 로하니 대통령이 교육장관과 내무장관 역시 해임하지 않을 경우 이들에 대해서도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의회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파기를 비판했던 이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핵 협정 파기 반대론자들은 이란 경제가 흔들려 온건파들의 입지가 약해지면 강경파들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미와 협상 없다”며 핵협정 탈퇴도 거론
입력 2018-08-30 18:49 수정 2018-08-30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