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가니, 모기 세상…더위 꺾이고 비내려 번식 활발

입력 2018-08-30 19:08 수정 2018-08-30 23:57

폭염에 기를 못 펴던 모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평년보다 빠른 속도로 개체 수가 늘고 있다. 30일 서울시가 설치한 유문등(푸른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등) 60곳의 채집모기 현황을 보면 지난 13일부터 2주 간 잡힌 모기 수는 655마리다. 지난해 같은 기간(565마리)보다 16% 늘어났다. 기간을 넓히면 증가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의 경우 8월 채집된 모기(1326마리)가 7월보다 약 16%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이달 넷째 주까지 잡힌 모기(1382마리)가 지난달(1148마리)보다 오히려 2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수그러들면서 모기 수가 이달 중순부터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모기가 살기 좋은 최적의 온도는 26∼27도다. 여기서 온도가 더 올라가면 지나치게 활동성이 높아져 스스로 여름잠에 들거나 일찍 죽는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지난달∼이달 초 밤새 30도가 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모기가 평년보다 확연히 줄었었다”며 “최근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니 급증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수량이 늘어난 것도 모기 번식을 도왔다. 모기는 논, 하수도 등 물기가 있는 곳에서 번식해 가뭄에 취약하다. 지난달의 경우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어 모기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태풍이 지나가지 않은 지역의 논·밭이나 도심의 정화조 등에 숨어 있던 모기들이 강수량 증가에 따라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 수는 당분간 평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일본뇌염,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경우 주로 논에 서식해 수도권 외 지역에서 모기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 5∼11일 전국 10개 지점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평균 1386마리로 평년의 923마리보다 50.2% 늘어났다”며 “다음 달까지 모기 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