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을 팔기도 힘든데 인건비·임대료에 남는 게 없어”
법 시행령 개정안 재검토 요구
하종순(66)씨는 경기도 광주에서 문구 유통업에 종사 중이다. 1967년 발을 들였고 80년쯤 사장이 됐다고 했다. 그는 “직원이 10명일 때도 있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 규모를 계속 줄여서 지금은 혼자 한다”며 “하루 쉬면 타격이 있지만 목소리를 내러 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는 29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차등화와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소공인총연합회 등 업종단체와 이에 소속된 제과점, 편의점, 부동산, 식당, 미용실 등 업주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집회 한 시간여 전부터 우산을 쓰거나 우의를 입고 광장에 모였다. ‘잘못된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 다 죽는다’ ‘최저임금 폭탄 막아내자’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주최 측은 전국에서 3만여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 등 야권 주요 인사도 참석했다.
자영업자들은 각자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하는 우금수(62)씨는 “월 150만∼200만원을 팔기도 힘든데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면 남는 게 없다”며 “1∼2년 전부터 혼자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 횡성에서 한식집을 하는 전모(60)씨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를 썼는데 지금은 못 쓴다”며 “요즘은 일하는 사람들도 최저임금을 다 따진다”고 말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시키고 있다”며 “월급을 준 적도 없고 건물주 ‘갑질’을 당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소상공인을 사지로 내몬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라는 요구를 외면했다”며 “일방적으로 결정된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했다.
연대 측은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 50%를 소상공인 대표로 보장’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전면 재검토’ ‘5인 미만 사업장 규모별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자영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또 재벌개혁 없이 자영업자에 고통을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집회 막바지에 이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서울 강남구의 미용실 원장인 50대 여성 박모씨는 “미용업계는 기술 없는 애들을 가르치며 돈을 주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너무 높다”며 “비가 철철 내리는데도 국민이 거리에 나왔으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박은지(35)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음식값이나 배달료 등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모(34)씨는 “요즘은 일본처럼 파트타임 일을 여러 개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거리 나선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차등 적용하라”
입력 2018-08-29 21:14 수정 2018-08-29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