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도 두 번 봤는데”…김&장, 갈등설 불끄기 회동

입력 2018-08-29 21:07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만나 활짝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장 실장은 기자들 앞에서 김 부총리에게 손을 꽉 잡자고 제안했다. 이병주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두 번째 정례회동을 갖고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달 6일 첫 번째 회동 이후 54일 만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최근의 불화설을 일축하려는 듯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장 실장은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김 부총리를 만났다. 장 실장은 취재진에게 “왜 이렇게 못살게 하느냐”며 “회의 때 이래저래 만나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때마다 매번 본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따로 안 만나도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는데”라고 말했다. ‘경제 투톱’ 간 갈등설을 부인한 것이다.

장 실장은 “내가 예전에 재벌들하고 싸울 때, 소액주주 운동할 때 삼성 대리인이 항상 김앤장(김&장)이었다”고 농담도 했다. 언론이 김 부총리와의 갈등설을 다룰 때 둘을 지칭하는 용어인 ‘김앤장’이라는 표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총리도 “오늘만도 두 번 봤는데, 요새 매일 보다시피 하는데 이런 게 뉴스거리가 왜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동에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 고형권 기재부 1차관도 배석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최근 고용 및 분배지표와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지역 일자리를 집중 발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용·산업 위기지역의 경우 조기에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둘은 향후 정기적인 회동을 통해 현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설은 지난 5월부터 불거졌다. 10만명 규모로 주저앉은 취업자 수 증가폭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김 부총리는 고용지표에 이어 분배지표까지 악화되자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장 실장이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고, 본인이 강조해온 혁신성장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와 달리 장 실장은 고용·분배지표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하며 온도차를 드러냈었다.

두 사람의 충돌은 5월 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기점으로 극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둘의 회동으로 경제팀 내 갈등설은 일단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렇게라도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갈등설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었다. 악화된 경제지표를 걱정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두 사람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연말까지 고용지표 악화가 이어질 경우 원인을 둘러싸고 불화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세환 정현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