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은 비정상적 헐값 노동 정상으로 가는 과정”

입력 2018-08-29 21:16 수정 2018-08-29 21:20

최저임금 인상 반대 시위에 “가장 ‘乙’인 우리에게 화살”

3년째 미용사로 근무 중인 김모(25)씨는 미용실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다는 기사를 보면 ‘정말 그런지’ 의심이 든다. 김씨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브랜드 미용실에서조차 4대 보험과 퇴직금을 제대로 안 챙겨주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최저임금 기준으로 157만원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교육비와 식비 명목으로 40만원을 빼 가고 내 손에 들어오는 건 110만원 남짓이다. 반면 우리 미용실 원장은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을 번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울려 퍼진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 목소리를 지켜보는 미용실·PC방의 근로자들은 씁쓸하다. 이들은 그간 지나치게 낮았던 노동의 가치가 개선되는 것인데 왜 가장 ‘을’인 노동자에게 화살이 돌아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미용실에서 4년간 일하고 있는 한모(26)씨는 최근 미용사회중앙회가 “최저임금 인상은 돈을 조금 주는 대신 도제식으로 옆에서 일을 배우게 하는 업계 특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시위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그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근로자에게 돈을 적게 주면서 손님들에겐 정상적인 서비스 값을 받는 게 현장의 실체”라고 말했다. 한씨는 과거 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주 6일을 9시간씩 일하면서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 원장은 ‘초급 디자이너도 이렇게 머리를 많이 만질 기회가 없는데 운이 좋다’고 했다고 한다. 한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사람도 있겠지만 헐값에 부려지던 노동이 정상 체제로 가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피부 관리실에서 7년간 일했던 김모(27)씨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시위를 보면 ‘지금의 최저임금이나 맞춰주지’라는 생각이 든다. 김씨는 일하면서 월급이 110만원을 넘긴 적이 없다. 김씨는 “사장이 높은 임대료에 고민하다가 그 부담을 직원 월급을 아껴 해결하더라”며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올라야 법을 지키지 않는 업소가 압박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대형 PC방에서 5개월 간 일했던 김모(24)씨도 “요즘 PC방은 게임만 하는 곳이 아니라서 음식 판매로 버는 부가 수입이 많다. 아주 영세한 매장이 아니고서야 최저임금이 일부 오른다고 해서 엄청난 타격이 있을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에서도 일을 해봤었는데 두 나라의 물가와 인건비를 체감했을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너무 낮다”고 덧붙였다.

반면 편의점에서 3년째 아르바이트 중인 김모(26)씨는 자영업자들의 반대 움직임을 이해한다고 했다. 김씨는 “하루 8시간 이상을 아르바이트하면서 대학 등록금에 보탰지만 최저임금이 터무니없이 낮다보니 돈이 없어 하루 종일 굶는 날이 많았다”면서도 “최저임금이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자영업자 입장에서 반대하는 게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안규영 박상은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