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이 28일로 취임 2개월을 맞았다. 구 회장은 그동안 공식적인 대외 활동은 일절 하지 않은 채 계열사 현황 파악에 주력하는 ‘정중동’ 행보를 유지해 왔다. 계열사 인사와 조직 개편에 필요한 핵심 인력 진용을 갖추면서 연말로 예정된 인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LG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영수 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선 권 부회장을 ㈜LG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구 회장과 함께 새로운 LG의 밑그림을 그린 인선은 마무리됐다. LG는 최근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 이명관 부사장을 ㈜LG 인사팀장으로 선임했다. 또 LG화학에서 신사업 개발과 전략 수립을 담당했던 김상민 상무를 경영 담당 임원으로 데려왔다.
그동안 그룹 회장이 맡았던 LG연암문화재단·LG연암학원·LG복지재단·LG상록재단 이사장으로는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을 선임했다. 구 회장이 당분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다.
구 회장 취임 첫해라는 점에서 올해 LG 인사는 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 구본무 회장도 취임 첫해였던 1995년 당시 36세이던 조준호 현 LG 인화원장을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인 354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인사 시기는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당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 내년 사업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사를 해야 할 텐데 무리하게 시기를 당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이 LG의 대표로서 대외 활동에 본격 나서는 건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친 뒤 내년 초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경, 구본무 회장이 각각 20년간 경영 수업을 마친 뒤 회장 자리에 오른 것과 달리 구 회장은 2006년 입사해 13년 만에 경영권을 승계했다. 구 회장이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도 예상보다 빨리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구 회장의 침묵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등 부정적인 시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때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에 구 회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도 구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LG는 구 부회장이 계열사 일부를 분리해 나가거나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안, 지분을 보유한 채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안 등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회장은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약 1조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LG 주력 계열사의 계열 분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취임 2개월 구광모의 LG, 정중동 속 핵심 인사 선임 마무리
입력 2018-08-3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