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수도권 투기과열 지역 506명 세무조사

입력 2018-08-29 18:29 수정 2018-08-29 21:49

거래 과정 탈세 혐의 360명, 변칙증여 의심되는 146명
국세청, 작년 하반기부터 5차례 특별 세무조사 통해 탈루세금 2550억원 추징
검증 범위 확대할 계획


고령의 D씨는 증여세를 내지 않고 딸에게 재산 수십억원을 물려주고 싶었다. 방법을 찾던 그는 보험사 개인연금에 이 돈을 일시 납입한 뒤 수혜자를 딸 C씨(53)로 지정했다. 매달 발생하는 연금 수익으로 현금을 분할 증여받은 C씨는 서울 강북의 아파트를 샀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C씨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취득한 것을 눈여겨본 국세청은 D씨의 편법증여를 적발하고 증여세를 추징했다.

B씨는 소득이 높지 않은 30대 아들 A씨 명의로 신도시에 있는 부동산을 사주고 싶었다. 아들에게 거액의 부동산 매입자금을 입금하면 국세청의 자금 출처 조사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잔꾀를 부렸다. 이들 부자는 은행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낸 뒤 A씨 통장에 입금시키는 방법으로 10억원가량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증여했다. 하지만 A씨가 10억원대의 신도시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직업이 없는 미성년자가 부모의 돈으로 고가 부동산을 샀다가 들통이 난 사례도 있다. E군(19)은 아버지의 자금을 지원 받아 분양가가 14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청약해 당첨됐다. 국세청은 E군의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29일 최근 부동산 투기 과열 조짐이 있는 서울 강북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 탈세·편법 증여혐의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부동산 특별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6번째다.

국세청은 투기과열 지역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드러난 360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주택과 분양권 취득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30대 이하 연소자,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 취득자 등이다. 이와 별개로 국세청은 변칙증여가 의심되는 고액금융자산 보유자 146명도 조사를 할 예정이다. 탈세 혐의자와 변칙증여 의심자를 합하면 506명에 이른다. 지난 1∼5차 특별 세무조사 대상자와 비교하면 배가량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 오름세를 틈타 불법 증여와 이를 통한 부동산 투기행위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5번의 세무조사를 통해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1584명으로부터 2550억원을 추징했다. 부모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부동산을 샀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았거나, 법인자금을 유출해 부동산을 산 사례 등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번 6차 조사를 위해 국토교통부 자금조달계획서, 현장 정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 다양한 과세 인프라를 활용해 혐의를 분석했다. 국세청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은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 가격 급등 등 주요 과열지역의 주택을 이용한 편법 증여, 다주택 취득자 등에 대해 검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