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6월 미·일 정상회담 당시 “진주만 기억…” 발언하며 통상 압박

입력 2018-08-29 18: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7일(현지시간) 미·일정상회담 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나는 진주만을 기억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케 한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며 통상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주만을 언급한 후 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명했다. 이어 아베 총리에게 미국 쇠고기·자동차 업체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양자 무역협상을 하자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WP 보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은 최근 교착 국면에 빠진 미·일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8차례 만나고 26차례 전화통화하는 등 어떤 정상보다 긴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미국 동맹국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의 철강 관세 유예 대상국에서 빠졌고, 지금은 자동차 관세 부담까지 추가로 안을 처지에 놓여 있다.

WP는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양국 관계가 굳건하며, 두 정상이 전임 대통령 시절보다 자주 소통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제·안보 문제에 있어 일본의 인내심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일본이 미국에 알리지 않고 북한과 베트남에서 비밀 회담을 한 게 일례”라고 지적했다. 또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실제로 일본산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