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 경제정책 실패의 상징이다

입력 2018-08-30 04:00
영세 자영업자가 중심이 된 소상공인들이 29일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인 것은 정부 경제정책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 소상공인들이 모여 집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그만큼 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700만 소상공인들은 고용 감축과 폐업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는 문재인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이다. 또 정부는 노동자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의 수혜자로 이들을 꼽아왔다. 해외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임금주도성장(wage led growth)’으로 알려진 이론이 한국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된 것은 전체 취업자의 20%가 넘는 자영업자들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임금이 아니라 사업소득을 버는 자영업자들도 끼워넣기 위해 만든 조어가 소득주도성장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입안된 데다 앞뒤 살피는 것도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결과가 자영업 대란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중소기업 인력 감축과 고용 기피, 자영업 폐업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게 각종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근로자 임금(소득) 상승→소비 증가→기업 매출과 투자 증가라는 선순환 대신 인건비 급증→기업과 자영업의 고용 감축과 폐업→근로자 실업 및 소득 제로(0)가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 위기가 이미 한계에 달한 가계부채 위험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8년 2분기 중 예금 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은 190조8000억원으로 석 달 사이 6조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8년 이후 최대 폭이다. 2분기 산업대출 증가분 절반가량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몰린 것이다. 한은은 도소매·숙박·음식점 창업이 늘며 대출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했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라면 이 창업자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부실화되고 폐업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력 업종의 위기로 제조업에서 밀려난 30, 40대 가장들이 생계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시한폭탄 돌리기가 진행 중인 자영업에 다시 뛰어드는 현실을 이 통계는 보여준다.

소상공인들은 이날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정부에 다시 요구했다. 그러나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보나마나다. 최악의 고용과 소득 통계가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