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유경-삼성 이서현, 패션 사업서 정면 승부

입력 2018-08-30 04:02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는 ‘프레너미’가 있게 마련이다.

프레너미(frienemy)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전략적 협력자이자 경쟁자인 관계를 뜻한다.

신세계백화점 정유경(46) 총괄 사장과 삼성물산 패션부문 이서현(45) 사장은 대표적인 프레너미 관계에 있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이 29일 자체 편집숍 ‘분더샵’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분더샵 콜렉션’이 다음 달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다고 밝히면서 두 사람의 프레너미 관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면세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린 정 사장이 글로벌 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해외 패션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 사장과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녀다. 사촌간인 이들은 나이도 비슷하고 학력과 전공도 닮은꼴이다. 초·중·고교를 함께 다닌 두 사람은 모두 미국으로 유학 가 디자인을 전공했다.

정 사장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이 사장은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이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패션부문에 집중했다.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 취임한 뒤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사장은 2003년 조선호텔 프로젝트실장을 거쳐 2016년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실력과 뚝심으로 신세계면세점을 흑자로 이끌어 면세업계 3위로 키워내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패션 사업 해외 진출에 관한 한 이 사장이 앞서 있었다. 글로벌 남성복 브랜드 ‘준지’를 2007년 파리 컬렉션에 진출시켰다.

준지는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 등 30개국 100여개 매장에서 홀세일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올가을부터 여성복도 선보인다.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2017년 봄여름 시즌부터 뉴욕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 사장의 글로벌 패션 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면세사업에서 보여준 그의 도전정신은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1호 패션 편집숍인 분더샵을 하나의 ‘패션 브랜드’로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 진출해 세계적인 편집숍이자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패션 시장인 뉴욕에 입성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 3월 파리 현지에 쇼룸을 선보였다. 이후 봉마르셰 바이어들의 호평에 힘입어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