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뒷걸음치는 비핵화 제어할 상황관리 절실하다

입력 2018-08-30 04:00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갈수록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 취소 이유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자극적 편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급기야 “더 이상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없다”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발언까지 나왔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회귀한 듯한 착각이 든다.

북·미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수순을 놓고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며 똑같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김영철 명의 서신을 통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미국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카드로 맞대응했다. 양측 모두 현재의 불확실성을 상대의 약속 불이행 탓으로 돌리고 있어 최악의 경우 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

설상가상 악화된 북·미 관계가 남북 및 한·미 관계 전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우리에겐 감당하기 벅찬 부담이다. 찰떡호흡을 과시하던 한·미 공조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매티스 장관 발언은 우리 측과 사전협의 없이 이뤄졌다. 이달 중 예정됐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는 대북 제재 예외 적용을 둘러싼 미국과의 이견 등으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보듯 미국은 한국이 비핵화 국면에서 너무 앞서간다고 마뜩잖게 보고 있다. 미국 측 조치가 우리 눈높이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게 현실적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미국이다.

북한 매체가 29일 여러 건의 대미 비난 글을 게재한데 비해 대남 비난을 하지 않은 건 판문점선언 덕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남북관계도 기대한 만큼 매끄럽지 못하다.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북·미 교착상황에 9월 정상회담 필요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했다. 곧 9월이다. 그렇다면 일정 확정이 여태 왜 안 되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지금 같은 국면에선 국민적 동의가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다. 교착상태의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정부의 치밀한 상황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