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아름다운 이곳, 쉼을 드립니다”

입력 2018-08-29 00:01
인천 강성교회 이철호 목사가 지난 23일 충남 당진시 위드하우스에서 탈진한 목회자를 위한 회복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진=송지수 인턴기자
위드하우스 전경. 넓은 정원 아래로 탁 트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진=송지수 인턴기자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 마중리 49-21번지. 내비게이션으로도 검색되지 않는 산길을 달려 도착한 우무산 기슭에 ‘위드하우스’가 있었다. 탈진한 목회자의 회복을 위해 인천 강성교회(담임목사 이철호)가 올 초 세운 곳으로 ‘동행의 집’이라고도 불린다.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한 지난 23일 이곳을 찾았다.

예상과 달리 위드하우스는 예쁜 펜션 같은 곳이었다. 넓은 정원에 작은 연못도 있었다. 무엇보다 탁 트인 시야가 일품이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는 흐렸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이철호(64) 목사는 “일부러 가장 높은 곳에 터를 마련했다”며 “저녁이 되면 더 좋고, 노을이 참 예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위드하우스에선 매달 한 번씩 2박3일 일정으로 목양포럼(목회자 회복프로그램)이 열린다. 지난달까지 목회자 열 가정이 다녀갔다. 대부분 미자립 교회 목회자와 사모, 선교사 부부였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목회자 500명을 대상으로 목회하며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조사한 결과 43.2%가 “심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교회 성장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교인 수 99명 이하의 개척교회 목회자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33년 전 맨몸으로 개척에 나섰던 이 목사 역시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선교 불모지를 포함해 미자립 교회를 들여다보니 3년이 지나면 사모가 지치더라”며 “5년 되면 목사가 지치고, 7년이 지나면 부부의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 목사는 “탈진한 목회자들은 힘을 얻기 어렵다”며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위드하우스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2박3일 동안 목양포럼은 느슨하게 진행됐다. 강의나 세미나는 일절 열지 않는다. 이 목사는 “(프로그램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딱딱한 이론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자신과 배우자에게 집중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목사는 “자유함을 얻는 게 핵심”이라며 “사역에서 벗어나 온전히 쉼을 얻도록 스케줄을 짰다”고 설명했다.

남편을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A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산책하며 보냈다. 그 역시 방전 상태로 이곳에 왔다. 남편을 도와 타국에서 선교 사역을 오래 했지만 척박한 땅에서 열매 맺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A씨 마음은 메말라 갔다. 꽃 한 송이 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고산 지대인 선교지에선 그것마저 불가능했다. A씨는 위드하우스에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고 했다. 그는 목양포럼 후 방명록에 ‘마음의 답답함을 안고 왔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썼다.

A씨 외에도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특히 배우자와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 목사는 “부부가 많은 대화를 나눌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배우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여기에서 처음 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못다 한 이야기를 하다 새벽을 맞는 부부도 있었다”며 “배우자가 가장 든든한 조력자임을 깨닫고 간다”고 덧붙였다.

세 차례 진행됐던 목양포럼은 8월 한 달 휴식기를 끝내고 9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 목사는 “제 사명은 지쳐 있는 교회와 목회자를 섬김으로 세워 주는 것”이라며 “목양포럼을 통해 이들이 쉼을 얻고, 이들의 회복으로 교회가 건강해져서 지역의 많은 이들에게 복음이 바르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