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하다… 경찰犬,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18-08-29 04:04
래리가 죽기 전 파트너로 함께 일했던 핸들러 안성헌 순경과 함께 있는 모습.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이제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찰견으로 6년여 동안 사건 현장을 누비며 사건해결에 공을 세운 체취증거견(Human Scent Evidence Dog)이 시신 수색을 하다 독사에게 물려 순직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과학수사계 소속 체취증거견인 래리(셰퍼드·수컷)가 지난달 23일 오전 충북 음성군 소속리산에서 실종자 A씨(50)를 수색하다가 독사에게 왼쪽 뒷발등을 물렸다. 래리는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밤새 앓다가 이튿날 새벽 5시30분쯤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견 중에는 체취증거견과 탐지견이 있는데 래리와 같은 체취증거견은 훈련을 받은 뒤 사건 현장에 투입돼 사건의 증거물 발견 등을 수행한다. 체취증거견이 일선에 투입된 것은 2012년으로 탐지견에 비해 역사가 짧다. 당시 래리는 인근 요양원에 노모를 모신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과 함께 인근을 수색 중이었다.

래리는 2012년 8월 생후 1년6개월 정도 됐을 때 대구지방경찰청에 처음 배치됐다. 순직 전까지 정신지체 장애인 실종사건 등 180여건의 전국 중요사건 현장수색업무에 투입돼 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북 포항의 한 야산에 매장돼 있던 B씨(43·여)의 시신을 발견해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경찰은 그동안 래리가 세운 공을 인정해 경북 청도에 있는 반려동물 전문장례식장에서 사체를 화장하고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에는 그동안 래리를 동료이자 친구로 대한 핸들러(관리자)도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래리의 핸들러인 안성헌(33) 순경은 “그동안 고생했는데 갑자기 떠나 마음이 아프다”며 “이제는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 달 10일 래리를 기리기 위해 래리의 사진과 공적 등을 기록한 추모동판을 만들어 과학수사계 입구에 설치하기로 했다. 래리는 2012년부터 전국 11개 지방경찰청에 배치된 체취증거견 16마리 가운데 처음으로 순직한 체취증거견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