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조 일자리 예산, 실효성 담보할 혁신이 안 보인다

입력 2018-08-29 04:00
정부가 470조5000억원의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슈퍼예산안에서 가장 많이 늘린 분야는 일자리 예산이다. 22%나 증액해 사상 최대인 23조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일자리안정자금 등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도 5조6000억원이 책정됐다. 한국 경제는 고용 쇼크에 맞닥뜨렸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고,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실효성에 있다. 그 돈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로 이어질 것인가, 그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의 용도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눴다. 재정지원 일자리 확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직업훈련 강화 등이다. 앞의 두 항목은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뒤의 두 항목은 민간부문 취업과 창업을 돕는다.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이 3만6000명 늘어나며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가 90만개로 확대된다. 민간 고용을 유도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신중년 적합직무장려금도 대폭 증액했다. 이 같은 용처는 19조3000억원의 올해 일자리 예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입액이 4조2000억원 늘어났지만 편성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이 불과 5000명에 그쳐 고용 참사란 말까지 나온 터에 올해 사용한 일자리 예산이 성과를 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액수를 더 늘린다고 내년에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더욱이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예산의 올해 집행률은 현저히 낮다. 현재 고용창출장려금은 14%, 청년내일채움공제는 23%, 직업훈련생계비융자는 38% 정도에 불과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말했듯 일자리 창출은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영역인데, 그것을 도와주려는 예산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아무리 사상 최대 규모라도 성과를 낙관할 수 없다.

내년 일자리 예산 편성은 실효성을 담보할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이 부분을 검증해 필요한 요소를 보완하고 정부는 예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집행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슈퍼예산은 최근 세수가 좋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다. 내년까지 호조를 보일 거라고 한다. 하지만 줄이기 어려운 복지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2020년이면 예산은 5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때부터 재정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적자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의 넉넉한 세수는 반도체와 금융 등 일부 산업의 호황이 가져다준 것이다. 후년 이후에는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경제가 반전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면밀히 점검하고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