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화주의(共和主義)를 보수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정치세력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며 “이런 때에 방향을 제시하는 게 정치 중진으로서 (나의) 도리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그는 “우파 진영의 길잡이 역할을 하려 한다”고 세미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6·13 지방선거 패배 여파로 한국당이 심각한 내홍을 겪을 당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다.
김 의원은 “우리 헌법 1조에 나와 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에도 그간 ‘민주’만 최선인 것처럼 취급되다보니 ‘공화’는 뒷전에 밀려 있었다”며 “그러나 견제와 균형,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절대권력의 출현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돌파구도 공화주의 쪽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보수라는 말은 기피 대상에 수구, 부패로만 인식되는 반면 진보는 정의인 것처럼 과대 포장돼 있다”며 “용어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세력은 이념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보수, 진보는 이념이 아니다”며 “보수, 진보 대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우파,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지향하는 좌파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세미나 인사말에서 “문재인정부는 공화주의 정신을 망각한 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탈(脫)원전, 건강보험료 인상 등 정책을 독단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과도한 국가주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를 견제하는 데 공화주의 정신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김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행사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9월에도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등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세미나를 차례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당 주변에서는 김 의원이 당 재건, 보수통합 등 정계개편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많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직접 무대에 오르진 않더라도 일정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 등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도 “우리 당이 새롭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방안을 강구하는 데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무대’ 김무성 다시 무대로? ‘길 잃은 보수’ 세미나서 ‘보수 길잡이’ 자임
입력 2018-08-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