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 후 “분단 시대 마감하고 평화공존 시대로 가는 길목”
4개 野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예방… 협치 기대감 높여
한국당 김병준과 만남서는 “盧정부 시절 마음으로” 당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부터 자세를 낮추고 ‘협치’ 행보에 나섰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고, 4개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예방했다.
이 대표는 27일 오전 홍영표 원내대표와 설훈 남인순 박광온 김해영 박주민 최고위원 등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을 때가 처음이었다.
이 대표는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부 수립 70년, 분단 70년을 살아왔는데 분단의 시대를 마감하고 평화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 예를 표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평화로운 나라를!’이라고 적었다. 그는 “분단시대에 비정상적인 것을 많이 경험했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그 나라가 평화로워야 한다. 여기 계신 이들이 다 분단으로 인해 희생된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당선 수락연설에서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던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4개 야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대표 회담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이 대표는 가장 먼저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주요 입법과 현안 처리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도 “(이 대표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워낙 정책적 혜안이 있고 결단력도 있으시니 여러 변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덕담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에서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보좌한 인연이 있다. 이날 접견에서도 당시 함께 일한 경험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예전에 청와대에 계실 때 당정청회의를 많이 했지 않느냐”며 “그런 마음을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때는 당정청회의였지만, 여야 간 대화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대북 문제나 경제정책 등 현안에 대해선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이 대표는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갈 때 의원들을 가능한 한 많이 가게 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이) 고려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방북 문제는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따로 만난 데 이어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도 각각 예방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강성’ 이해찬, 예상 깨고… 이승만·박정희 묘역도 찾아
입력 2018-08-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