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결정적 물증은 끝내 확보 못해 향후 재판과정 험난할 듯
金, 판사 출신 변호사 영입 등 특검팀과 법정 전면전 대비
“정당한 수사에 편향된 비판” 정치권 향해 불만 표출도
허익범 특별검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가 10차례 이상 직접 만나 8840만회가 넘는 댓글 조작 행위를 공모했다고 판단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지사 측은 전관 변호사 영입 계획을 세우는 등 재판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허 특검은 이날 수사 보고 브리핑에서 “앞으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특검’이라는 오명을 재판 과정에서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 60일간 1차 수사 끝에 지난 24일 김 지사와 김씨 일당 등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 연장은 “적절하지 않다”며 요청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김 지사와 김씨가 상당히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재판과정에서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김씨 일당의 사무실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하는 등 19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을 직접 허락한 것으로 본다. 또 김 지사와 김씨가 느릅나무출판사와 국회의원 회관 등에서 10차례 이상 만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수사 보고서에 적시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와 김씨가 이 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2016년 12월∼지난 2월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 등 포털 기사 7만6083개의 댓글 118만8866개에 대한 공감·비공감 표시에 총 8840만 여회 부정클릭하는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 측도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김 지사 측 변호를 맡은 고검장 출신 김경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통화에서 “변호인단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며 “법원 출신으로, 재판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속은 피했지만 재판 결과를 안심할 수 없는 만큼 법원 재판에 ‘최적화’된 전관 출신 변호사를 영입해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지사 재판은 이미 진행 중인 김씨 일당 재판과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다. 병합 진행 가능성이 높다. 첫 준비기일은 다음 달 6일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김 지사는 매주 최소 한 차례 관사와 도청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서울중앙지법을 오가야 한다. ‘드루킹 특검법’이 1심 관할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특검법이 정한 재판 기간은 1심 3개월, 항소심·상고심 각 2개월이다. 11월 말까지는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는 물증이 필요하다. 특검이 앞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추가 물증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유죄를 받기 위한 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소 단계에서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입증도 까다롭다. 김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김씨 일당에게 인사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검팀도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가 미진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이 혐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허 특검은 이날 정치권에 대한 작심 비판도 내놨다. 그는 “적법하고 정당한 수사 일정 하나하나에 정치권이 편향된 비판을 해와 유감스럽다”며 “수사팀에 대한 억측과 근거 없는 음해가 있었다”고 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해서는 “수사기간 중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유족에게 드린다”고 했다.
정치권은 혹평을 쏟아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드루킹 특검이 남긴 것은 역대 최악의 정치특검이라는 오명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 의원을 언급하며 “헛발질 특검, 살인 특검이었다”고 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권력에 굴복하고 수사의지까지 내던진 용두사미 특검이라는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자창 김성훈 기자 critic@kmib.co.kr
“김경수-드루킹 10차례 이상 8840만여 회 댓글조작 공모”
입력 2018-08-27 18:32 수정 2018-08-27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