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등은 특수한 상황 택지 확보는 선제적 대응”
택지개발 짧아도 2년 걸려 기존 신혼부부 택지와 중복
전문가, 효과 회의적 전망
정부가 27일 발표한 ‘8·27 부동산 대책’은 오랜만에 공급정책을 담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정부는 강남 4구 등 특정 지역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규제만 쏟아냈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시장에 팔아야 할 물건이 나오지 않으면서 수급불안으로 집값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양질의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보다는 투기 수요가 많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국토교통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격 폭등에 대해 “특수한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거래 건수는 많지 않은데 가격만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가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수요와 공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주택 수급은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평균 신규 주택 수요의 경우 수도권은 약 22만1000가구, 서울은 약 5만5000가구지만 공급은 수도권이 약 26만3000가구, 서울은 7만2000가구였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실장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초래한 정부 정책을 비판할 것을 우려해 “혹시나 있을 공급 부족을 고려해 사용할 택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부동산 선호지역에 대한 수요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는 “교육, 주거 환경, 교통 등을 고려해 강남권 아파트를 구하는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고 이것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된 요인”이라며 “오늘 안 사면 내일 더 오른다는 심리 때문에 지방에서도 부동산 원정을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30만 가구를 공급할 택지를 확보한다고 해도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잡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택지 발굴부터 입주까지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의 긴 시간에 걸리는 만큼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별 구체적인 공급 규모를 밝히지 않아 수요자들의 혼선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는 2022년까지 공공택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달 ‘신혼부부 주거지원방안’에서 발표했던 신혼부부 공공택지는 이날 발표한 공공택지 30만 가구와 중복될 것으로 보인다. 숫자 부풀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전국의 43∼44곳에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택지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중 70%인 30곳, 12만 가구는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30곳 중 일부는 신혼부부 주거지원방안 때 발표한 곳과 겹칠 수 있다”면서 “5만8000가구 정도가 중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자 정부가 또다시 정책을 내놓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부정적 시각이 많다. 인구구조와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알아서 조정하는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소 10년은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임시방편적인 규제를 내놓는 것보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법도 제시됐다. 수요 분산정책이 대표적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09년 1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약 17만 가구까지 늘었다. 건설사들이 규제를 피해 1년 전에 공급 물량을 쏟아낸 게 이유였다. 당시 정부는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 5년간 면제, 취득·등록세 50%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 해결했다.
당장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올 초 “재건축 아파트의 연한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재건축을 시행하지 않는 한 강남권에 쏠리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각종 규제에도 집값 들썩이자… 결국 ‘공급 확대’
입력 2018-08-2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