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년 맞은 대구 대봉교회 “말씀·사랑으로 하나 되는 건강한 교회로”

입력 2018-08-28 00:00
박희종 목사가 26일 대구 남구 대봉교회 예배당 강단에 올라 성도들과 함께 찬양을 부르고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진 26일 대구, 주일 오전 예배를 앞두고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성도들의 발길이 남구 대봉교회(박희종 목사)로 이어졌다. 창립 70년을 맞이한 교회는 대구 도심 가운데 있으면서 건강하고 신실한 기독교인을 길러냈다.

“교회는 음부의 권세를 이겨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교회 지도자들이 스스로 음부의 권세가 되어가니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박희종(67) 목사는 마태복음 17장을 봉독한 후 이어진 설교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교회 안에서는 목사나 성도 개인, 세상이 강조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변화산의 삶’을 제목으로 한 설교에서 박 목사는 우리네 삶의 자리를 오직 예수만 바라보는 변화산으로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성도들의 “아멘” 소리가 이어졌다.

2001년 부임한 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에서 설교 잘하는 목사로 손꼽힌다.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8년 넘게 설교하며 ‘시대정신을 담은 예언자적 설교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때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나님 말씀을 증거했던 선지자적 모습으로 잘못된 길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리며 친일파를 꼬집는 설교, 한국교회의 잘못을 고백하는 설교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는 국가기념일마다 특별예배를 드린다. 삼일절에는 전 성도가 새벽에 나와 태극기를 들고 만세 삼창을 한 뒤 애국가와 삼일절 노래를 합창한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박 목사는 성도들의 민족의식 함양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 박 목사는 33세에 교사를 그만두고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과정(D.Min)을 수료했다.

교회는 공부방과 경로대학을 운영하며 지역을 섬긴다. 올해 아프리카 르완다에 병원, 우간다에 초등학교를 세운다. 교회 성도들이 하나 돼 하나님 기뻐하실 일을 하기에 가능했다.

박 목사가 부임할 당시 교회는 반목과 불화로 반쪽이 된 상태였다. 박 목사는 지식의 나무에서 선악과를 따 먹고 구원에서 쫓겨난 아담과 달리 생명나무 아래에서 가슴과 사랑으로 살아갈 것을 성도들에게 강조했다. 그 결과 성도 수는 부임 당시보다 두 배로 늘었고 싸움과 다툼은 없어졌다. 40대 부부 의사가 병원 문을 닫고 르완다 선교사로 함께 파송받은 일도 있다.

대봉교회는 이성희 서울 연동교회 목사의 부친이자 예장통합 총회장을 지낸 고 이상근 목사가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 개척한 교회다. 6·25전쟁 중 포화 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서도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박 목사는 “성도들이 신앙적으로 성숙함을 간증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말씀과 사랑으로 하나 되는 건강한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