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회의서 욕설·막말…직원 100여명 회사 떠나
윤 회장 녹음파일 공개 前 출국…시민들 “그때만 고개 숙여”
“특권층 도덕성 기대하기보다 확실한 처벌로 재발 방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녹음파일이 27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또다시 불거진 재벌가의 갑질 논란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동시에 갑질 사건 처리 결과에 허탈감을 느꼈던 터라 “어차피 처벌은 없거나 경미할 것”이라는 회의감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특권층의 도덕성을 기대하기보다는 갑질 근절을 위한 사회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직원들의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XX아니야. 왜 그렇게 일을 해. 미친 XX네”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윤 회장은 공식적인 사내회의 중에도 직원들에게 “개XX” “(자신의 집무실이 위치한 6층에서) 뛰어내려라”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윤 회장의 인격모독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직원이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윤 회장은 검사 출신으로 가업을 물려받았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 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하지만 갑질 논란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 그쳐 또 다른 갑질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 출신인 이모 변호사는 “폭행·모욕 혐의는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며 “법조인 출신인 윤 회장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선에서 막말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이날 “저의 언행과 관련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경영 일선에서 즉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윤 회장은 욕설·폭언에 관한 녹음파일이 공개되기 전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갑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벌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지만 매번 받는 처벌은 가벼워 허탈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오너 일가는 나란히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가해자들이 입은 피해는 크지 않다. 검찰은 ‘물컵 갑질’과 폭언·폭행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기내식 납품업체 갑질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여전히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두 항공사 직원들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조 회장 일가의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고 박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네 번째 집회를 열었다. 두 차례 집회에 참여한 대한항공 직원 A씨는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오너 일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회장 일가는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에게 보복을 단행할 것”이라며 두려움을 표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릇된 특권 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도덕성을 기대하기보다는 공정하고 엄격한 제도적 처벌과 특권층의 일탈 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도 재벌이 잘못하면 더 큰 징벌을 내려 재발을 방지하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또 터진 금수저 갑질… “벌써 몇 번째” 시민들 허탈
입력 2018-08-27 18:21 수정 2018-08-27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