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협상과 강온파 갈등에 영국 내 ‘노딜 브렉시트’ 우려

입력 2018-08-28 04:00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7월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영국과 EU 간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영국 내에서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노딜 브렉시트를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노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직면하게 될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브렉시트를 결정한 후 치러온 비용도 엄청나지만 노딜 브렉시트 이후엔 훨씬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EU의 헌법 같은 리스본 조약의 50조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29일 오후 11시 무조건 EU를 공식 탈퇴하게 된다. EU와 영국은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 타결 이후 양측에서 협상 비준절차를 내년 3월 29일 이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올 10월까지를 협상 타결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한 뒤 올해부터 2단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를 포함한 주요 쟁점과 미래 무역관계 문제에 걸려 진전이 없었다.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영국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싸움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해 왔던 테리사 메이 총리가 7월 초 점진적 탈퇴를 뜻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입장을 선회하면서부터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고 판단해 전략을 수정했지만 집권 보수당의 분열을 초래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내비치며 대내외적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EU 회원국을 방문해 “EU 집행위원회가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영국 정부는 또 국민과 기업이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근 의약품 비축, 국경관리 인력 증원 등 25개 분야의 대응책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80여개의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영국의 이런 전략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브렉시트는 EU가 아니라 영국이 원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전략이 실패해 결국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경우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BBC는 26일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의 분열을 초래하는 위험한 길”이라는 EU 정상회의 헤르만 반롬푀이 전 의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가디언은 27일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을 합법적인 카오스 상태로 만들 것”이라는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르 스타머 예비내각 브렉시트 장관 등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