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산업 분야, 특별연장근로 기준 완화해야”

입력 2018-08-27 18:55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산업계 일각에서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별연장근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로 단기간 집중 작업 기간이 있는 석유화학, 화학공업, 철강업 등 장치산업 분야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개선 및 효율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1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이는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과 1주 최대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연장근로 12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합의한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를 특별연장근로라고 한다.

하지만 현행 특별연장근로는 천재지변이나 그에 준하는 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업무 등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정유·화학·철강업계에선 지금의 특별연장근로 기준이 기업의 생산성을 악화시킨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정기적으로 생산공장 가동을 멈춰야만 하는 정기보수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정기보수는 짧게는 30일에서 길게는 60일까지 걸린다. 그런데 이 기간에 주 52시간 근로를 맞출 경우 유지보수 기간이 길어지면 공장이 다시 가동되는 시기가 늦어지고 비용 등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산업 성격을 고려해 불가피한 경우 노사합의만으로도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업계의 요구사항이다. 건설업계와 2020년 이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중소기업계에도 마찬가지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27일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 신예화를 위한 주기적인 집중 수리, 수시로 설비고장 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수리기간이 장기화되면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고, 신규 충원을 통한 해소도 장기간 숙련이 필요한 정비직무 특성상 제약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정기보수는 법 규정을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안하고 공장 가동을 멈추는 일”이라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집중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지키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업계 첫 정기보수를 시작했다. 기존 2조2교대로 투입되던 근로자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위해 3조3교대 체제로 하루 8시간씩 일하게 된다.

회사 측은 “정기보수 기간 발생하는 매출액 감소는 약 1개월분”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특정 기간 일감이 몰리는 경우는 특별연장근로 허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