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도 연합하면 못 할 일 없어요”

입력 2018-08-28 00:00
거룩한빛광성교회 손민준 협동목사(오른쪽)가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 원일로의 주산성교회를 찾아 김진남 목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교회는 교회가 돕고, 노회는 노회가 돕는다.’

재정이 넉넉한 곳이 부족한 곳을 돌보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전통이다. 금전적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큰 교회가 작은 교회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몸으로 돌보는 사역이 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손민준 협동목사는 이를 ‘작은 교회 세우기’라 불렀다.

“저는 작은 교회에 파송된 국내 선교사입니다. 자립대상(미자립) 교회가 국내 70%를 넘긴 상황에서 초대형 교회와 작은 교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해집니다. 교인들의 수평이동이 극심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탈진하기 쉬운 경기도 파주와 고양 일대 작은 교회들을 섬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고양 일산서구 원일로에서 만난 손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도 이 지역 상가 5층에 있는 주산성교회를 방문했다. 일산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마을이 형성돼 있던 이곳은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점집 등이 많이 남아 있어 전도의 꿈을 안고 들어선 상가교회들이 많다.

손 목사는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모임을 갖는다. 2016년엔 ‘행복한 나눔’이란 이름으로 정식 단체 등록도 했다. 고양과 파주 일대 36개 교회 목회자 67명이 소속돼 있다. 처음엔 작은 교회의 고민을 나눠보자는 취지였는데 태국 필리핀 등지로 해외선교를 다녀오면서 정식 모임으로 발족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은 해외선교지를 방문하고 비전트립을 가고 싶어도 같이 갈 성도가 없고 혼자 가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그래서 목사님들끼리 연합해 가보자 했죠. 사모들까지 36분이 모여 각자 비행기 삯 40만원씩 대고 바자회에서 더덕과 고구마를 팔아 돈을 모으고 그래도 부족한 건 거룩한빛광성교회가 후원했어요.”

이들은 태국과 필리핀 선교지를 방문해 1500명 아이들에게 급식 봉사를 하고 머리를 감기고 이를 잡아줬다. 낡은 가옥에 페인트를 칠하고 장판을 깔았으며 학교 수업에 들어가 종이접기 풍선아트 치아관리 등 각자의 달란트를 발휘했다. 이를 통해 작은 교회들도 연합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권사와 안수집사 후보들에게 ‘섬김 사관학교’ 과정을 요구한다. 8주간 자립대상인 작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오는 것이다. 개척 교회의 에너지를 느끼는 동시에 기도 순서 등을 직접 맡으며 훈련하자는 취지다. 작은 교회들도 반긴다. 주산성교회 김진남 목사는 “이달부터 거룩한빛광성교회 성도 아홉 분이 훈련차 오셨는데, 다른 성도들에게 긴장감도 주고 예배와 설교를 다시 추스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