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불안은 투기세력 탓”이란 진단부터 돌아봐야

입력 2018-08-28 04:04
집값이 다시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자 정부가 부동산 추가대책을 꺼냈다.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 만이다. 거래절벽을 부른 초강경 정책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던 집값은 비수기 여름철에 폭염을 뚫고 다시 요동을 시작했다. 오름세는 서울 전역에서 감지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넘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집값 상승 지역을 일컫는 말이 속속 등장했다.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광복절 휴일에는 폭염에도 부동산중개업소마다 매수자로 북적였다는 목격담이 온라인 공간에 쇄도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지방은 미분양이 누적되며 싸늘하게 식어 있다. 지난 1년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추가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서울의 투기규제지역을 확대하고, 지방은 일부 해제하며, 수도권에 30만호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택지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양극화 상황을 규제에 반영하면서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추가대책 발표 자료에서 “서울은 주택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만 상승하는 이례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이례적’이라 보는 현상을 부동산 시장에선 많은 이들이 8·2 대책 발표 당시부터 예상했다. 재건축을 틀어막고, 양도세 중과로 집을 팔기 어렵게 만들고, 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8년간 팔 수 없게 하는 것은 모두 시장의 공급 물량을 줄이는 정책이란 논리였다. 최근의 집값 급등은 ‘공급 감소=가격 상승’의 단순한 시장 논리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넘어서지 못한 결과로 봐야 한다. 뒤늦게 꺼내든 30만호 주택 공급으로, 그것도 몇 년 뒤에나 실현될 수도권 물량으로, 더욱이 거래 봉쇄 기조를 고수하면서 서울의 집값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보면 시장과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8·2 대책에 앞서 밝힌 시장 진단은 “투기세력 탓에 집값이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투기를 벌하는 정책이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간과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됐다. 부동산에 이처럼 많은 돈이 몰리는 현상은 상·하위 계층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계층 상승 사다리가 사라져가면서 집을 통한 투자 외에는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워 부동산에 매달린다. 경제는 정체됐고 사회적 역동성은 낮아졌다. 교육 문제를 입시정책만으로 풀 수 없듯이 집값 문제도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온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거시적 관점의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