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7·이하 전씨) 전 대통령이 법정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27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공판기일(재판)에 불출석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41·사법연수원 33기) 판사는 이날 전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 공판심리를 진행했다. 전씨가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 성명과 연령, 주소지, 직업 등 기본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정에 나온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에게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2013년부터 앓았다는데 회고록을 2017년 4월 출간한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알츠하이머를 앓았다는 전씨가 어떻게 회고록을 썼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회고록은 2013년 이전부터 초본을 작성하는 등 미리 준비한 것으로 증세가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출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이송 신청서를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은 다음 공판기일을 10월 1일로 정한 뒤 1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앞서 광주지법은 “전씨 측이 불출석 사유로 든 알츠하이머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이 구인장 발부 등을 통해 전씨를 강제로 법정에 세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법은 전씨 출석을 전제로 재판장소를 당초 402호 소법정에서 201호 대법정으로 변경하고 경호 대책을 세우는 등 재판에 대비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전두환 재판부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2017년 회고록 출간?”
입력 2018-08-27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