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돈주’ 또는 ‘돈주인’으로 불리는 신흥 자본가 출신의 사금융업자들이 북한 경제 회생에 열쇠를 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돈을 가진 엘리트 계층은 김정은 정권도 무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WSJ은 북한 경제 회생 과정에서 ‘돈주’와 북한 시장의 역할에 주목했다. WSJ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북한개발연구소의 공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와 리사 콜린스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했다.
보고서는 북한에선 당국이 공식 허가한 시장이 436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배로 늘어난 수치다. 1990년대 대규모 기아 사태를 겪었던 ‘고난의 행군’ 당시에는 시장이 하나도 없었다. 또 공식 시장과 장마당으로 불리는 비공식 시장의 수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북한 시장에서는 상품과 음식, 의약품 등이 팔린다.
시장은 도시와 농촌 구분 없이 네트워크를 확산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시장에 거래세를 매기는데, 그 규모가 연간 5680만 달러(약 6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가장 큰 시장은 2만3225㎡ 면적에 좌판이 수천 개 있어 한 해 걷어 들이는 세금이 85만 달러(9억5000만원)에 달한다.
돈주는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돈을 융통해준다. 무역과 관광 등을 통해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대출·환전 등 사금융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돈주는 북한 기득권 세력이라 혁명을 원치 않으며 정권과 이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돈주의 영향을 받는 북한 주민들은 정권과 충돌할 수 있다. 북한 정부가 자유주의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北 경제 회생의 열쇠, 돈주가 쥐고 있다”
입력 2018-08-27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