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무역전쟁’ 연계 전략에 美서 “둘 다 실패” 비판론 고조

입력 2018-08-28 04:04

북한 비핵화 문제에 미·중 무역전쟁을 연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미국 내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비핵화와 미·중 무역전쟁 두 난제를 묶어버리는 바람에 둘 다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등 위험한 길을 걸으면서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방북 취소를 알리기 위해 지난 24일 올린 트위터 글에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미래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先) 미·중 무역전쟁 해결, 후(後) 비핵화 협상 재개’ 수순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길은 더욱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전제조건으로 내건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욱 격화되고 있으니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진 것이다.

CNN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을 꼬드겨 비핵화 협상에 훼방을 놓으면서 북핵 위기를 방치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그 자체로서의 위협이다. 특히 미국은 중·러 군사 협력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군은 이달 말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동방 2018(보스토크 2018)’ 군사훈련을 공동 실시한다. 중국군이 이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훈련에서 중·러는 핵 공격 모의 연습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중 접경지역에 주둔하며 한반도 유사시 대응하는 중국군 북구전구가 훈련에 참가하는 것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중·러는 지난달 합동 항공훈련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러 밀착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지도부가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경우 무역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밑에서 북한을 도와 대북 제재의 구멍을 만들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중국이 미국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대북 제재 이탈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YT는 또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다음 달 9·9절을 맞아 평양을 찾을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