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 원하나

입력 2018-08-28 04:04
정부가 황수경 통계청장을 해임하고 신임 통계청장에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한 것을 놓고 논란이 많다. 교체 시점으로 보나 두 사람의 면면으로 보나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2년 임기의 황 청장이 별다른 이유 없이 13개월 만에 교체된 것부터 이례적이다. 사실상 전격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통계청이 지난 5월 1분기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수치를 발표한데 이어 최근 양극화가 더 악화된 2분기 통계를 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이 조사 표본 가구를 확대하면서 60대 이상 저소득층 가구를 전보다 많이 넣는 바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 것처럼 통계가 나왔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 많았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공격을 받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황 청장은 지난해 7월 임명 당시 청와대로부터 “개혁 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간해선 사람을 바꾸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교체한 것을 보면 뭔가 속사정이 있다는 얘기가 많다. 황 청장 후임으로 임명된 강 청장은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낸 전력이 있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당시 통계청 발표와는 다른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오게 했다. 이 때문에 전형적인 통계 왜곡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통계는 거짓말을 모르고 죄도 없다.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의 태도가 거짓과 함정을 만들어낸다.” 황 청장이 재임 시절 어느 기고문에서 강조했던 내용이다. 경질된 지금은 정부에게 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통계청이 앞으로 양극화가 완화됐다고 발표를 해도 좀처럼 믿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