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깐깐한 실세 대표 등판… 黨靑·與野 관계 갈림길

입력 2018-08-27 04:0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연설을 하기 전 두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강한 여당 기치 당권 쟁취… 당정청 관계 재정립 불가피
중진 “당의 권위 살아났다” 야당과 통 큰 결단도 기대
수석대변인에 홍익표 의원


‘실세 국무총리’가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 귀환했다. 이해찬(66)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가 집권 2년차에 ‘강한 여당’을 기치로 내걸어 당권을 거머쥐었다. 당과 정부,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여권의 실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깐깐한 강성 정치인인 그가 야당과 ‘협치’를 이뤄낼지도 주목된다.

이 대표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10여분의 통화에서는 당청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와 인연이 많아 당청 관계에서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잘 해낼 수 있도록 당에서 협조를 바란다. 남북 정상회담 때 여야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대야 (관계와) 관련해 입법 문제는 당에서 크게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도 “당정청 관계를 잘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앞서 25일 민주당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도 “당정청 협의를 더 긴밀히 추진하겠다. 정부에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여당이 당정청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당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찬 체제’의 등장은 당정청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등장으로) 청와대에 끌려가지 않을 정도로 당의 권위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이 대표가 경력과 연륜이 있으니까 당의 역할도 커지고 청와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차가 양 바퀴가 있어야 하듯 청와대도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총리와 당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이 함께하는 당정청 협력의 구체적 방안도 밝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당정청 협력의 고차방정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국민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힘 있는 여당을 강조한 만큼 국회에서 야당과 ‘통 큰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의 첫 관문은 8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의 민생입법 처리가 될 전망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정무적으로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중반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야당과 함께하겠다는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수석대변인에 홍익표 의원(재선), 대변인에 이재정 의원(초선)과 이해식 전 서울 강동구청장을 임명했다. 대표 비서실장은 김성환 의원(초선)이 임명됐고,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유임됐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