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소득주도성장 정면돌파 의지 “눈앞 성과 위한 정책 의존 않겠다”

입력 2018-08-27 04:00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 실장은 최근 경제지표 부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7개월 만에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나섰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정부가 경제정책의 ‘3개 축’(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있다. 대기업·수출 의존증이라는 병을 고치지 않고는 저성장의 늪, 극심한 소득 양극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기존의 단기 경기부양책으로는 뒤틀린 판을 갈아엎을 수 없다는 판단도 ‘3개 축의 강화’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문제는 다양한 경제 지표들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쇼크와 소득분배 악화를 드러내는 경제 지표들은 국민 실생활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보여준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추진 속도가 달라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극화와 고통을 가져온 과거 방식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는 등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혁신성장에 집중하라는 비판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장 실장은 “두 정책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했다.

정부가 ‘3개 축’을 고집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일부에만 ‘성장 과실’이 편중되는 압축성장의 부작용을 해결하기에 기존 경제정책은 역부족이라고 본다.

청와대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 22조원의 공사비를 들였던 4대강 사업의 경우 전통적 경기부양책으로 사업 초기 주목을 끌었지만 공언했던 일자리 34만여개 가운데 실제 창출된 건 1만개에도 못 미쳤다. 담합을 적발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보듯 공정경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장 실장은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효용이 다했다. 국가·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이 잘사는 성장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지난달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 40대의 취업자가 대폭 줄었다.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 제조업, 운수·창고업, 건설업 등에서 전년 동월 대비 모두 38만6514명이 감소했다. 내수 영향이 큰 편의점이나 학원 취업자 감소가 눈에 띈다.

분배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사회안전망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연금 등 정부가 보조해 주는 ‘이전소득’은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 평균 67만8900원이었다. 이와 달리 소득 하위 20% 가구는 59만7300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3개 축에 전력투구하는데도 경제 현장에서 먹구름이 짙어지는 원인으로 ‘정책 속도’가 꼽힌다. 혁신성장이 선행돼야 소득주도성장으로 이어지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후행 정책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완충을 위해서는 보폭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강조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 실장 간 갈등도 이런 속도 차이에 기인한다. 다만 장 실장은 김 부총리와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으로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소비를 창출하는 소득주도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건 부부 사이에도 피할 수 없다”며 “완전히 같은 의견과 생각만 있다면 오히려 위험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