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 비상 걸린 대기업 “경영 부담 늘어 기업 활동 위축”

입력 2018-08-27 04: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변화하는 경제환경과 공정경제·혁신성장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6일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내용이 강화되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이 상장·비상장회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 하면서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 기업은 231개에서 607개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총수 일가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을 29.99%씩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이후 규제기준인 30% 미만으로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았는데, 이번에 법 개정이 확정되면 다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지분 20.76%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미국 포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에서는 공익법인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문화재단이 삼성생명 주식 4.68%, 삼성화재 주식 2.87%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이노션(9%), 현대글로비스(4.46%)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 지분을 낮추면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공익재단에 지분을 기부하는 방식을 사용해왔으나 앞으로는 어렵게 됐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의결권 제한으로 해외 헤지 펀드 등 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갑질 관행을 근절하고, 대기업에 치우쳐진 경제의 균형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