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사나이’ 조승환(51·사진)씨가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국민 대화합으로 무너진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한라산(1947m)과 태백산(1567m)을 오르고, 파주시청에서 임진각까지 19㎞를 맨발로 달린다. 조씨는 그동안 수십 차례 ‘맨발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슈를 제기하고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다음 달 퍼포먼스를 앞두고 지난 25일 도봉산에서 훈련 중이던 조씨는 기자와 만나 “서민이 살아야 경제가, 나라가 산다”며 “우리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지금의 경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앞서 지난 4월에는 열흘간 고향인 전남 광양에서 임진각까지 427㎞(4월 27일을 상징)를 맨발로 달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퍼포먼스였다. 지난 10일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는 ‘얼음 위 맨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맨발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 6월 남북평화통일 기원 일본 후지산(3776m) 등정, 지난해 11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을 위한 ‘D-100’일 기념 100㎞ 달리기 등이다. 지난달에는 ‘얼음 위 맨발로 오래 서 있기’ 기록에 도전해 2시간2분을 버텼다. 이 기록은 대한민국 최고기록 인증원(KBRI)을 통해 세계 신기록으로 공인됐다.
조씨의 맨발 퍼포먼스 시작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업에 종사하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파산한 그는 설상가상으로 폐에 기흉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였지만 수술비조차 없었다. 자포자기하던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평소 좋아하는 도봉산에서 맞겠다’는 생각으로 도봉산 등정에 나섰는데 기어오르다시피 하며 10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른 뒤 희망의 싹을 발견한 조씨는 몇 개월 동안 도봉산만 기어서 올랐다. 그렇게 산행을 하다 보니 몸이 조금씩 회복됐고 그다음부터는 두 발로 걸어서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러던 도중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더 좋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선 그때부터 ‘맨발의 사나이’가 됐다.
치료하던 의사를 경악하게 할 정도로 몸이 좋아지자 다시 자신감을 찾은 그는 새로운 삶을 이웃을 위해, 한국인의 강인함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살기로 결심하고 퍼포먼스를 이어오고 있다.
조씨는 “독립투사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각종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주기 위한 강연도 하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서민경제 회생’ 기원하며 맨발로 뛴다
입력 2018-08-26 19:52 수정 2018-08-26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