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현장을) 빠져나오고 나서 라오스 아타푸주 싸남싸이 지역으로 가는 다리 4개가 무너졌습니다. 수해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게인코리아 대표 최호영(62) 목사는 라오스 수해지역에서의 긴박했던 구호 활동을 이 말로 대신했다. 최 목사는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라오스 수해지역에 있었다. 애초 게인코리아는 현지 자원봉사자로만 구성된 팀을 현장에 보내려 했으나 현지의 요청으로 급하게 직접 짐을 꾸렸다. 최 목사를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 게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목사가 직접 가서 본 현장은 절망 그 자체였다. 수해지역 출신으로 이번 구호 활동에 참여한 현지 자원봉사자 신싸이(23)씨는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게인코리아는 수재민들이 모여 있는 캠프 5곳을 방문했다. 가족을 잃은 이들, 집과 가축을 잃은 이들이 돌아갈 곳 없이 하루하루 힘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캠프에 남은 이들은 오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최 목사는 “구호품으로 한 끼 두 끼 연명은 되겠지만 모든 걸 잃은 그들에게서 절망의 그림자를 걷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고 한다.
게인코리아는 수재민들을 위한 구호 사역과 트라우마 상담 치료를 병행했다. 재난 지역에서의 그간의 경험과 현지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컸다. 자신의 얘기를 조심히 털어놓는 이들 중엔 구조 과정에서 아이를 건네다 심한 물살에 놓친 이도 있었다.
게인코리아가 수해지역으로 들어가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외부 단체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심했다. 캠프까지는 가능하나 그 이상 들어가는 걸 경찰이 막았다. 게인코리아는 현지 등록 단체를 통해 행정적 협조를 얻어 어렵게 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 구호 활동에 참여했던 유재혁(32) 간사는 침수 마을 중 한 곳인 반마이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댐이 붕괴 됐을 때 미국인이 세운 벽돌 학교 건물 지붕 위로 대피한 200여명 정도만 살아남았던 마을이다. 지금은 대민지원을 나온 군인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 간사는 “그나마 이곳은 나은 편”이라며 “댐 근처 마을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고 했다.
상류 쪽엔 아직도 고립된 마을이 3곳이나 있었다고 했다. 여긴 육로로 이동이 불가능해 헬기로만 접근이 가능했다. 이번 수해로 수로가 바뀌었다고 한다. 진흙이 쌓여 잔해물 속에 사람이 있는지를 탐사하는 스캐너도 무용지물이라 했다. 현재 그곳엔 300가구 정도가 있는데 구조 작업은 엄두를 못 내고 식량 지원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9일 고립된 지역에서 아이가 태어나 헬기로 이송되기도 했다. 최 목사 등이 구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이유다.
최 목사는 돌아와서 라오스 수재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일단 현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최 목사 등 한국팀은 돌아왔지만 현지 자원봉사자 중 몇 명은 여전히 수해지역에 남아 수재민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이들을 도와서 리더로 세워 지속 가능한 구호 활동을 펼치려 한다”고 말했다.
고양=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라오스 수해 현장은 절망 그 자체”
입력 2018-08-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