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제주도와 서남해안을 강타했다. 오전 제주도 인근에 도착한 뒤 속도를 더욱 줄이며 이동했고 강한 비바람을 뿌려대 곳곳에 피해가 속출했다. 솔릭은 24일 0시 전남 영광 부근에 상륙해 오전 9시 충북 충주, 오후 3시 강원 강릉 부근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약 15시간 내륙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강풍·폭우에 의한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23일 오후 6시 현재 중심기압 970h㎩, 최대 풍속 35㎧의 강력한 중형급 세력을 유지하며 시속 23㎞로 이동 중이다. 기상청은 전날까지만 해도 솔릭이 충남 서해안을 통해 내륙에 진입할 것으로 봤지만 전남 해안으로 상륙 예정지를 수정했다. 태풍이 급격히 느려지면서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아래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솔릭은 제주도 서귀포 인근에서 시속 4∼8㎞로 이동했다. 4㎞는 사람이 빠르게 걷는 수준이다. 기상청은 솔릭의 속도가 느려지고 진로가 급히 동쪽으로 변경된 이유로 제20호 태풍 ‘시마론’의 영향을 꼽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마론이 빠르게 북상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졌고, 솔릭이 예정에 없던 지점에서 방향을 틀며 움직임이 느려졌다”며 “태풍은 원래 방향을 바꾸는 지점에서 속도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솔릭이 수도권을 관통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비바람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태풍이 출퇴근시간 내륙에 상륙해 혼란도 예상된다. 서울은 오전 9시 남동쪽 100㎞ 지점(충주 서쪽 약 10㎞ 부근)까지 태풍이 접근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솔릭의 영향 범위가 넓고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예상돼 대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이 태풍 현황 통계를 낸 1977년 이후 내륙에 상륙해 수도권 인근으로 이동한 태풍은 4개다. 태풍 ‘에위니아’는 상륙 10시간 만에 세력이 약해져 경기 동부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약화됐고 다른 3개 태풍도 체류시간이 10시간 미만이었다. 솔릭은 41년 만에 가장 오래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솔릭이 할퀴고 간 제주 지역 윗세오름은 누적 강수량(22일 0시∼23일 오후 4시)이 965.5㎜를 기록했다. 전남 진도군은 186.0㎜, 강진군은 165.5㎜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제주 지역 가로수 32그루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제주도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사진을 찍던 박모(23·여)씨가 실종됐다. 함께 바다에 빠졌던 이모(31)씨는 스스로 빠져나왔으나 부상을 입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낮 12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비상 2단계’로 격상했다. 또 위기경보도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전남과 전북, 경남 등에선 1900여 학교가 휴업했다. 단축수업을 실시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2600여곳이다. 24일에도 전국 대부분의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휴업한다.
박상은 김유나 기자 pse0212@kmib.co.kr
‘공포의 솔릭’… 길고 세게 한반도 할퀸다
입력 2018-08-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