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쇼크’가 또 덮쳤다. 고소득층은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소득증가율을 보인 반면 저소득층은 두 분기 연속 소득이 급감했다. 소득 양극화는 한층 심해졌다. 올해 2분기 소득분배 지표는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엉뚱하게 소득주도성장의 과실이 고소득층에게만 집중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23일 통계청의 ‘소득부문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132만4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차상위계층(잠재적 빈곤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의 명목소득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 지난 1분기에도 1분위와 2분위 소득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었다. 여기에다 중산층 격인 3분위의 가구소득도 마이너스(-0.1%)로 돌아섰다.
반면 고소득층의 지갑 사정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10.3% 증가했다. 2003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5분위 가구의 소득이 10% 넘게 늘어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소득 상위 20∼40%(4분위)도 4.9% 증가해 2014년 1분기(5.0%)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빈익빈 부익부’ 심화는 10분위로 나눠보면 더욱 도드라진다. 소득 하위 10%의 소득은 86만6000원으로 13.1%나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10%는 전년 동기보다 12.8% 늘어난 1113만4000원이었다. 두 분위의 소득격차는 12.9배나 됐다.
소득분배 악화라는 폭탄에 불을 붙인 건 일자리다. 고소득층은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영향을 받아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이와 달리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혜자가 돼야 할 저소득층은 되레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중에 근로자가구 비율은 32.6%로 1년 전(43.2%)보다 10% 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51만8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보다 15.9%나 줄어든 수치다. 1분위 가구의 소득 가운데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 등 일하지 않고 벌어들인 돈인 이전소득(59만5000원)이 근로소득보다 많았다.
5분위 가구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5분위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12.9%나 뛰었다. 4분위 가구도 근로소득 증가율이 4.0%에 달했다. 이런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 영향으로 2분기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4.2%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라고 지목한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가계소득 쇼크’가 이어진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고 비판한다. 내수 부진에 따른 자영업 위기, 인구 고령화 등을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이유로 설명하는 정부와 방향성이 다르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고용 쇼크와 저출산 쇼크에 이어 이번엔 ‘분배 쇼크’
입력 2018-08-24 04:01